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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 돌아보니…“내가 너무 불쌍했다”

이효리에게 상담을 통해 찾아온 자기와의 화해는 이후 그의 모든 것을 바꾸어놓는 계기가 됐다

이효리는 어린시절 키우던 강아지 메리를 사랑했던 어린 소녀를 되찾게 됐다.

이 말이 중요하네요.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니 정말 힘들죠.

나도 실수로 인해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제쯤 용서하고 과거에서 헤어날 수 있을까요?

자기 자신을 용서하기 이거 정말 힘든데 이효리 존경스럽네요.

앞으로의 행보 지켜보면서 응원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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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겨우 스물(1999년), 걸그룹 핑클의 리더로 가요계에 등장했던 이효리는 불과 5년 만에 대한민국의 톱스타로 군림했다. 끝도 없이 정상을 달리고 그곳에서 내려올 줄도 몰랐던 이효리, 첫 솔로 앨범 '텐미닛(2003)'이 발표되던 그 해 하루에 6~8000장의 앨범을 팔아치우며 신드롬의 주역이 됐던 그녀다. 그 후 두 번의 표절시비를 겪어오며 이효리는 톱스타ㆍ패셔니스타ㆍ화려한 조명 아래 여가수이기를 거부했다. 자의든 타의든. 이제 이효리의 이름 석자 앞에는 소셜테이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효리의 행보가 급격하게 달라진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표면적 이유는 어린시절 키우던 강아지에 대한 기억이지만 그보다 앞서 '자신과의 화해'가 이효리를 전혀 새로운 길로 이끌게 했다.

이효리의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됐다. 23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에서는 이효리의 자기고백이 눈길을 끌었다.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 연인 이상순과의 첫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던 가수 이효리가 이번에는 표절시비, 동물애호가로 변신한 지금의 이효리에 대한 진솔한 고백을 시청자 앞에 펼쳐놓았다.

2010년 4집 앨범 'H-Logic(에이치 로직)' 앨범은 가수 이효리의 업적에 길이 남을 만했던 작업이었다. 1집의 대성공, 표절시비로 얼룩졌던 2집(겟 차ㆍ2006년) 이후 3집(효리시2009년)로 다신의 건재함을 알렸던 이효리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으로 다시 대중 앞에 섰던 앨범이었다. 여자가수로 힙합음악의 대중화에 기여했던 1집 이후 다시 돌아온 이효리로서 다시 한 번 그 때의 영광을 보고싶었을지도 모를 일.

직접 프로듀서로 나서며 들고 나온 당시 앨범의 '치티 치티 뱅뱅(Chitty Chitty Bang Bang)'은 이효리의 여전한 스타일리시함과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할 수 있었던 계기. 그러나, 이내 표절시비가 불거졌다. 앨범 전체의 무더기 표절 판정. 이효리는 당시를 떠올리며 "'유고걸'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컸다. 그 곡을 뛰어넘을만한 노래가 필요했고 아는 사람의 소개로 신인 작곡가에게 곡을 받았는데 노래가 좋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직접 프로듀스하며 앨범을 내놓았다"고 했다.

이효리로서는 표절 작곡가에게 사기를 당한 입장이기에 지금 해당 작곡가는 교도소에 있는 상황. 엄연한 피해자였음에도 이효리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는 것이 솔직한 심경이었다.

"나 혼자 잘났다고 까불다가 이렇게 됐구나. 너무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도 없을 만큼 자괴감이 들었다"는 이효리는 표절 사건 이후 집에서 술만 마시며 지냈다고 한다. 자신을 혹사시키는 삶이었다.

그때 이효리는 김제동의 권유로 정신과 상담을 받게 됐다. 누구나가 선망하는 별이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 이효리가 많은 시간을 할애해 자기 이야기를 하고 난 뒤 마침내 자기와의 화해의 순간을 맞게 됐다고 한다.

이효리는 "그동안 내가 나를 너무 사랑하지 않았다. 기절할 정도로 술을 마시며 나를 혹사시켰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나를 치장하는데는 급급하면서 정작 나를 돌보는 데에는 소홀했었다"면서 "돌아보니 내가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톱스타가, 한때 전언론이 이효리의 이름 앞에 '신드롬'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던 스타가 자기를 바라보는 시선은 "불쌍하다"는 것이었다.

털털하고 거침없는 화법이었지만 이효리는 금세 눈물을 흘렸다. 타인에게 보여지는 삶을 사는 연예인이기에 자신 역시 세상의 시선 안에 갇혀있던 삶이었다. 그러면서도 그 수많은 사랑으로, 그렇게 번 돈으로 스스로를 최고라고 자위하며 오늘 단 하루를 위한 삶인양 내면의 자기는 망각한 채 살았던 것이다. 이효리는 그 때를 "사는대로 생각하는 삶이었다"고 했다.

이효리에게 상담을 통해 찾아온 자기와의 화해는 이후 그의 모든 것을 바꾸어놓는 계기가 됐다. '이효리카'로 명성높던 외제차를 처분하고, 혼자 살기에는 당연히 과했을 초호화 빌라에서 단독주택으로 이사했다. 돈을 벌어도 어떤 의미있는 곳에 쓰는 방법을 몰랐던 이효리는 자신을 돌보고 가꾸는 것으로 시작해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됐고 놓쳤던 일상성을 회복하게 됐다. 또 그 때서야 이효리는 어린시절 키우던 강아지 메리를 사랑했던 어린 소녀를 되찾게 됐다.

소셜테이너로서의 행보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어린시절의 기억으로 이효리는 유기견을 돕기 위해 직접 두 발로 나서자 이효리에겐 당연히 의혹의 눈초리가 따라붙었다. '이미지 쇄신'을 위한 '쇼'가 아니겠냐는 것. 그러나 이효리의 진정성은 결국 통했다. '생각대로 사는 삶'의 순간들이 그제야 찾아온 것이다.

이효리는 "동물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에서 사람들도 행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때문에 자신의 한 걸음씩의 행보가 더 옳고 좋은 일이라는 소신이 확고하다. 연예인이라는 신분을 가졌고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기 때문에 더 좋은 일을 더 많은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세간에 "혼자만 생각하면 되지 왜 굳이 SNS에 올리냐"는 끊임없는 질타도 있지만 이효리는 "동물봉사를 함께 하자는 글을 올리자 사료 봉지가 200개나 쌓이고, 독거노인 돕기 봉사를 함께 하자고 글을 올리니 1000명의 사람들이 찾아온다"면서 "이런 일은 연예인이라는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가진 영향력을 좋은 일에 쓰고 싶다"면서 확고한 생각을 전했다.

소셜테이너로서의 행보 이후 보다 영역을 확장하고 있기에 협박전화를 받기도 하고 활동에 제약을 받기도 한다. 이효리는 그런 상황을 대하면서도 "나는 정치는 개뿔도 모른다. 하지만 유기견들이 더 사랑받고 살기 위해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고, 나라에서 독거노인들에게 연료라도 제공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줄 사람들이 나랏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니 정치적 발언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서 "앞으로도 안 할 수가 없다. 그게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해야할 일도 많지만 이효리는 아직 이루고 싶은 바람들도 많다. 이효리는 "돈 욕심을 버리고 싶다"면서 "돈, 명예, 인기에 해탈하고 싶다. 지금은 차고 넘치는 것 중 넘치는 것만 기부하고 있지만 나중엔 내가 살 것까지 나누고 싶다"는 꿈을 전했다.

이효리가 출연한 이날 '힐링캠프'는 10.2%(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의 전국시청률을 기록, 동일시간대 방송된 MBC '놀라와(3.9%)', KBS2 '안녕하세요(8.9%)'를 압도했다.

shee@heraldm.com